이 효 선 LEE HYO SEON
Painting on Hanji, 60.6 x 72.7 cm, 2022Painting on Hanji, 60.6 x 72.7 cm, 2022 | 뽀짝노래방 On-air Room No.2Painting on Hanji, 91 x 117cm,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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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법Acrylic on canvas, 90 x 72cm, 2021 | 내가 왔던 곳으로, 다시 Where I came from, again.Acrylic on canvas, 90 x 72cm, 2021 |
물결 WaveAcrylic on canvas, 72 x 60cm, 2020 |
학력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복수전공
개인전
2022 2003년 폐업, 뽀짝노래방 재오픈 – Gallery café Artma
너무 밝지 않은 밤을 위하여 – H-contemporary Gallery 2022.02.09-02.15
2021 밤이 없던 나날들 –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이색
푸른 인간의 초상-국회의사당 소통관 1층
단체전
2022 Playback / play,back 기획전시 – 갤러리 tya
2021 강북문화재단 기획전시 – 기억을 사람을 잇다 – 아마츄어작업실 미아점
Backing your inspiration _ 꼴라보하우스 도산, 파소 갤러리
제 4회 마포아트마켓 – 엷은 남빛 갤러리
브리즈 아트페어
VACANT FABRIC – 파소갤러리
외 다수
작가노트
푸른 인간의 초상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시간에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리운 시절을 추억하며 뭉클함에 젖어들 때가 있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눈물을 쏟아낼 때도 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지만 모든 감정의 이면에는 슬픔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박지원의 수필 ‘한바탕 울 만한 자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인간의 감정은 칠정이라 하여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傲慾) 일곱가지가 있는데, 그 중 이 모든 감정을 하나로 귀결시키는 감정이 슬픔(哀)이라고 한다. 어떤 감정이든지 극한에 이르면 슬픔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야기에 대해 표현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렇다면 인간의 감정을 하나로 귀결시키는 색은 어떤 색일까 고민해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푸른색이었다.
푸른색은 편안하고 포근하면서 한편으로는 슬프거나 적막하기도 하다. 파랑이 지니고 있는 오묘한 느낌은 이내 박지원이 말하고 있는 슬픔이라는 귀결점으로 도달한다.
그 후로 표정이 없는 푸른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투영될 수 있는, 그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이거나 새로운 슬픔이 만들어지는 작업을 찾아가고 있다.
인물의 형태, 미결정의 세계를 위하여
모든 신화와 전설은 밤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은 밤은 상상의 밤이다.
정보의 결핍은 곧, 보는 이에게는 상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단순하게 분할된 인체의 형태는 보는 이가 그림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입 없는 얼굴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의 표정은 하나로 해석될 수 없는 여러 갈래의 감정을 수용한다. 그림을 바라보는 이는 화면 밖 대상을 응시하는 인물의 모호한 시선을 통해 인물의 상황에 ‘어떤 자아'를 투영하거나 ‘어떤 감정’을 대입하게 된다. 각자의 처지와 감정에 따라 주어진 그림 속 상황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어떤 사람들은 미결정의 시간 속에 살아감을 바란다.
그림은 주로 나의 경험들에 대한 내면적 감정이다. 그것은 하나의 장면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도 아니고 비현실을 불러내는 것도 아니다.
밤이 되면 책상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 볼 때가 있다. 그곳에 책상과 거울, 거울 앞의 나, 거울 속의 내가 있다. 거울 앞 나의 왼쪽에는 창문이, 오른쪽에는 침대가 있다. 하지만 그곳엔 또 다른 곳에서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날갯짓, 타오르는 파동, 나를 바라보는 불꽃, 연기, 눈 그리고 달팽이.
겉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현실과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 무의식 등의 내재적 현실의 연결점을 찾는다. 외적인 현실과 내적인 현실이 하나의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미처 보지 못하고 그렇게 흘러간 순간을 상상으로 되짚어 보는 것이다.
현실을 초월한 그림 속 미결정의 인물에게 현재의 자아 혹은 감정을 투영하면서 지친 현실의 우리를 위로하거나 미지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